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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江邊에 살리라 /- 마음의 端想

저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 이 글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Opening Up About Depression」를 번역한 글입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제게는 힘겨운 일들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졌고,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저는 이 기간에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들(식욕을 잃거나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 등등)을 경험하진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짜증을 잘 내거나, 화를 쉽게 낸다든가 하는 경향은 있었습니다. 그것 외에는 그저 일에 파묻혀 지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우울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아마 제가 건강에 대해 글을 쓰는 기자이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건강을 조금 더 잘 인식하고 늘 예의주시하지 않을까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밝히길 꺼리는 질환들에 대한 저의 경험을 글로 풀어낸 적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26살에 고환암 진단을 받았던 일, 그 당시에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던 에이즈로 잘못 진단되었던 경험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펜을 정기적으로 잡았던(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열한 살 때부터 우울증이 저를 괴롭히고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신음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 보고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만 최소 600만 명의 남성이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울함이나 슬픔, 울음과 같은 증상을 보고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성의 우울증은 짜증이나 화, 공격성, 약물 또는 알코올 중독, 위험한 행동, 그리고 “일 중독”의 형태로 표현될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남성들은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진짜 남자는 우울해지지 않아. 그저 더 열심히 일하고, 술을 마시고, 더 경쟁에 매진할 뿐이지.

이는 “남자는 자신의 (약한) 감정을 숨겨야 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저에게, 왜 이제서야 고백을 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저에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저의 친구의 죽음일 것입니다. 헬스 트레이너였던 그 친구는 8월의 어느 날 아침, 그가 담당했던 회원들의 개인 운동 수업(PT)을 끝마친 후,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아도 저는 그가 자살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것 조차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자살하기 사흘 전만 해도 그는 저에게 매우 들뜬 모습으로 첫 집을 장만하고, 헬스클럽의 매니저 자리에 지원할 계획에 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에, 그의 절친한 친구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놈이 어디에 기생하는지는 진짜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일이야.

대부분의 사람, 심지어 저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말하자면 매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보이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어쩌면 우울증 약들과 대화 치료, 운동,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기술 등을 통해 교묘하게 증상을 숨기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받은 수술 흉터와 달리, 우울증의 흔적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만약에 그 친구에게 나의 우울증에 대해서, 내가 우울증으로 인해 받는 고통에 대해서 털어놓았다면, 그가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가 서로의 고충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면, 아마 그 친구가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 봐 혼자 상상하곤 합니다.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높다고 보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에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3년 미시건 대학에서의 연구결과, 남성과 여성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우울증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진단이 필요합니다. 더욱 정확한 진단 기준을 정립하여,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이 증상들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남성들이 우울증에 대해서 스스로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제는 저 자신의 우울증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유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심한 독감에 시달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독감 말입니다. 저에겐, 우울증이 인생 최악의 독감과 같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독감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아픈 상황에선 질병에 대해서 입을 열기조차 힘듭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 질병에 대한 사회의 낙인 때문이었습니다. 분명 예전보다 정신 질병과 신체 질병의 구분은 희미해졌고, 우울증에 대한 낙인은 옅어졌지만, 여전히 저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낙인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우울증 약인 렉사프로(Lexapro)를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애인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 케어가 통과되기 전까지, 저는 건강 보험을 거부당했습니다. 저의 암 병력 때문이 아니라 우울증 약을 복용한 기록 때문에 말입니다. 단지 의학적 도움을 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벌을 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지난 가을, 저는 저의 증상으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던 어느 날, 과거처럼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제가 지금 우울증 증상이 너무 심각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울증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제가 우울증에 고통받고 있는지 모를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평생, 저를 돕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친구들이 진심을 담아 제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물어오면 고마움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제게 “내가 혹시 힘이 되어줄 순 없을까?”라고 묻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가 아님을 느낍니다.


원문 : 뉴스페퍼민트


from https://1boon.kakao.com/ppss/58aeb0996a8e510001b9a0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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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한 때 깊은 우울증에 빠져서 허우적거린 적 있고, 지금도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는 이 글의 주인공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대인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같이 온 케이스다. 그 전까지는 나는 그 누구보다도 즐겁고 또 유쾌하고 그러나 절도 있는 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학교 업무도 잘 완성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온 그 날 이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정말 문자 그대로 180도 달라졌다. 정상적으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너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오락 프로라든지 운동이라든지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 하기보다는 우울증을 낫게 하기 위한 의무감으로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완전히, 그야말로 완전히 깨져버렸다. 내가타인을 향해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웃으려고 하면 얼굴 근육이 긴장되어 얼굴이 화가 난 사람처럼 흉측스럽게 변하고 얼굴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한번씩 이런 증상을 경험하고 나면 정말 죽고 싶었다.

내 몸의 한 부분을 내 자신이 내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고 기분인가? 어떤 의사 선생님이 불안장애 증상과 관련하여 이런 비유를 하신 적이 있다.

"강도에게 자신의 사지를 들려서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려 가는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과 무력감과 충격은 얼마나 클가? 여자가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데서 받는 충격은 과연 얼마나 큰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충격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

정말 그렇다.

나는 이런 생활을 지금 5년째 하고 있다.

그 사이 나의 삶은 폐허가 되어져 갔다.

나의 사생활도, 교회 생활도, 직장 생활도, 내 마음도 ... ...

어제보다 나은 내일과 , 어제보다 나은 나의 모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절망을 느꼈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 어릴 적 친구도 나를 판단하고, 교회의 형제라 하는 사람들도 손가락질 하기 십상이다. 과연 내 삶에는 소망이 있는 것인가?

그래도 나를 위해 돌아가신 주님이 계시니 오늘도 사는 것이다.

그 분이 없으시면 나는 없음을 병을 앓고서 새삼 깊이 깨닫게 된다.

깊은 절망에 빠지고 난 뒤, 깨닫게 되는 실체.

인생은 허무하고, 예수님을 떠나서는 그 누구도 나에게 소망을 줄 수 없다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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