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중요합니다.
베스트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저는 서점을 하는 아저씨입니다...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했었구요...
주로 만들었던 책은 사진/미술 등 돈 안 되는 예술전문서였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서점은 인터넷 판매를 위주로 하는 중고서점인데,,,대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책을 구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건 전적으로 사장인 제가 결정합니다...즉, 제 기준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장만해서 구매자가 그 책을 사가면 사업이 되는 거죠...
책이라는 건 수백만종이 있습니다. 아마 수천만종이 있겠죠...대한민국에...
그 중에 좋은 책이란?
어느 누구에게도 그걸 결정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판단의 지표로 삼는 기준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기준이,,,
저자,
역자,
출판사,
서평(입소문 등)
판매량(베스트셀러) 등입니다...
저 같이 책에 대해 이런저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야 나름대로 능력과 정보가 있으니까 이런 사업을 하는 거겠지만,,,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마 위 다섯 가지 정도의 정보가 책에 대한 판단 근거의 대부분일 겁니다...
그럼 저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냐,,,하면 물론 압도적으로 서평이 중요합니다...
같은 조선왕조실록을 다룬 수십가지 책,,,사마천의 사기라는 이름의 수십 종 책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먼저 읽어 본 사람들의 평가보다 더 좋은 판단기준은 없습니다...자기도 읽고 평을 더 해준다면 뒤에 읽을 사람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죠...
근데 한국어 쓰는 사람 5천만에 책 읽는 사람이라야 매우 한정되어 있고 책 종류는 무지 많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신빙성 있는 만큼의 서평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은 책이 아주아주 많습니다...
그럴 때 두번째 기준이 출판사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요...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ㄱ. 국내 문학서의 경우 - 저자가 제일 중요하겠지요...출판사가 어디냐는 뭐 책 판형이나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 말고는 별 차이 없습니다...
다만 같은 작가라도 A 출판사에서는 소설을 내고, B 출판사에서는 에세이를 내고 하는 식으로 각 출판사의 전문성에 따라 나뉘는 경우는 있습니다...
ㄴ. 해외 문학서의 경우 - 이때 출판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의 책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즉 아무나 번역해서 낼 수 있죠...국내에 출판사는 1만개가 넘습니다. 서점보다 세배 정도 많아요...
따라서 저작권 없는 해외 고전문학의 경우 수많은 번역본들이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1. 출판사. 2. 역자. 3. 발행연도. 4. 원본 판본, 5. 직역 또는 완역 여부 등이 되겠네요...
뒤에서부터 얘기하자면,,,
5번의 경우...
같은 '노인과 바다'가 열린책들 판은 3백 페이지고 문학동네 판은 150페이지입니다. 후자는 축약 번역이죠...
수많은 호머의 일리아스/오딧세이 중 천병희 번역 이외의 모든 국내 번역서들은 그리스어 직역이 아닙니다. 영어/일어판의 중역본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많은 러시아 문학들도 열린책들이 2천년대 초부터 원전 번역한 것 이외의 대부분 책들이 중역본들입니다...
4번의 경우...
'황금가지'의 원서 판본이 워낙 여러 가지인데 12권 넘는 완역본은 국내에 없고,,,을유문화사의 두권짜리와 한겨레출판의 한권짜리는 번역 대상으로 삼은 원서의 판본 자체가 다릅니다...이런 경우는 출판사가 축약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축약된 원본을 번역 원서로 삼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이므로 독자가 알아서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죠...
책임 있는 출판사들은 번역서에 원서의 판본을 꼭 밝힙니다...
'월든'의 경우 저자가 많이 고치고 해서 원서 판본이 꽤 여러가지이므로 번역서들에 원전 밝힘이 많이 있죠...
3. 발행연도...의 경우...
'모든 고전은 시대마다 새로이 번역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최신 번역이 당연히 좋습니다...
2. 역자의 경우...
국내서와 마찬가지로,,,홍길동이라는 뛰어난 역자가 A 출판사에서도 번역하고 B 출판사에서 번역을 했다면,,,어느 출판사냐보다 그 역자를 믿고 책을 선택하는 게 더 올바른 선택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1. 출판사의 겨우...
이것저것 다 모르겠을 때 무조건 출판사를 믿는 게 제일 쉽고 속 편합니다...
기실 각 출판사마다의 특성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책을 만드는 마인드입니다...
전문가인 제가 봤을 때 한겨레신문이나 조선일보는 날마다 나오는 수십페이지 신문에 고칠 게 거의 없을 정도로 편집/교정이 잘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일보 정도의 신문은 하루 치 신문에 빨간펜 3백개 정도는 범벅이 되어야 할 수준입니다...
런닝맨이나 1박2일 등의 프로그램에 깔리는 자막도 편집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테러 수준이죠...
이런 신문사/방송사/출판사 들이 돈이 없어서 저따위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인 책임감이 없는 거죠...마인드가 빵점인 겁니다...
제대로 된 출판사는 책 출간 이후에라도 오타 하나 발견되면 전직원이 달라붙어 한 글자짜리 스티커로 각 책마다 다 수정하기도 합니다...
'집필에 도움을 주신 홍갈동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런 오타가 나면 '길'자 하나만 1만 개 인쇄해서 '갈' 위에 일일히 덧붙여서 시장에 내보낸다는 거죠...그게 책임감입니다...
책 만들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마인드로 사업을 하느냐는 당연히 상품의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맨 위에 베스트 간 글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인 동서문화사가 대표적으로 빵점짜리 마인드를 가진 출판사입니다...
그래서 제 서점에는 동서문화사 책이 없습니다....제가 안 들여놓으니까요...그런 책 있으면 서점 신뢰도 떨어지거든요...
ㄷ. 비문학서의 경우
참고서나 어학책, 어린이책, 자기계발서, 전공서적 등은 논외입니다.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쪽 방면은...
비문학서란 일반적인 교양서적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철학/역사/예술/인문/사회/과학 등의 책들입니다...
이 분야도 국내 저자들의 책과 번역서로 나누게 되는데요...별 차이는 없습니다...
일단 국내건 국외건 저작권 있는 저자의 책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를 테면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든 한 출판사에서만 나오니까요. 좋든 싫든 그거 사봐야죠. 선택하고 자시고가 없습니다...
근데 비문학서도 저작권 없는 책,,,이를 테면 박지원의 '열하일기'나 맑스 책, 애덤 스미스 책,,,이런 건 판본이 여러 가지입니다...
이때 역시 문학서와 같이 역자와 출판사를 따져야죠...기준은 위 ㄴ의 5개 항목과 다를 바 없겠습니다...
그렇게 해서,,,책장사하는 제가 신뢰하는 출판사를 꼽아볼까 합니다...
A. 문학
1등급 :
- 열린책들 - 개미로 돈 벌어서 러시아문학 원전 번역하는 데 쓰면서 성장했습니다. 매우 좋은 출판사입니다. 이 출판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책이 저렴하다는 겁니다. 수많은 책들이 거품을 포함한 정가 책정 후 할인해서 팔아먹는 대한민국 출판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 만든 책을 양심적인 가격에 내놓는 출판사입니다. 때문에 중고책 장사들에게는 공공의 적입니다. 가격 변동폭이 적어서 중고책 마진 남기기가 힘듭니다.
- 민음사 - 전통의 해외문학 본가입니다. 주로 저작권 없는 고전문학 쪽을 많이 번역해서 냅니다. 가격은 아주 싸지는 않고 편집이나 디자인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레퍼토리가 최대 무기입니다...중고책 물량도 꽤 되고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인 믿을 만한 출판사입니다...
- 문학과지성사 - 통칭 '문지'로 불리는 한국문학 전문의 최고 출판사입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기존에 번역되지 않은 해외문학을 최근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의 역량은 사실 편집력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그 기획력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한국문학 분야에서 문지의 스펙트럼을 따라갈 만한 기획력을 가진 출판사는 거의 없습니다.
- 창비 - 유일하게 '문지'에 맞설 만한 국내서 전문 출판사입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과학 계통의 책을 수십년 간 내왔습니다. 당연히 계간 창작과비평의 역사와 전통에 그 권위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2등급 :
- 문학동네 - 2급으로 놓긴 하는데 좀 까리합니다. 요새 돈독 오른 듯,,,예쁘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기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 범우사 - 한때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저력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신간 기획을 거의 안 하는 듯해요. 망해가는 느낌...예전에 낸 책들로 기본은 하는 수준입니다.
- 열림원, 나남 등은 기본은 하는 출판사들입니다....
3류~ : 많은 출판사들이 3류에 속하겠죠...실명 거론은 실례라...
다만 5류 출판사는 거명하겠습니다...
일송북 : 절대 사지 마세요...
셰익스피어 책을 2만 5천원 정가 매겨놓고 2천5백원에 유통시키는 또라이 출판사입니다...
B. 비문학 교양서
1등급 :
- 한길사 - 최고의 출판사입니다. 기획/편집/디자인/번역 모두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증거가 뭐냐고요? 한길사 책은 중고책도 무지무지 비쌉니다.
2등급 :
- 돌베개, 개마고원, 실천문학사 - 좋은 책을 잘 만드는 좋은 출판사입니다. 다만 종합출판이 아니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 동문선, 열화당, 눈빛 - 예술 쪽에서 믿을 만한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요즘엔 예술 분야의 출판사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장이 아주 치열하고 신생 출판사들에서 좋은 책들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 푸른역사 - 역사 분야에서 발군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중견 출판사입니다.
- 을유문화사 - 꽤 괜찮은 출판사인데 인지도가 좀 낮습니다. 아마 문학과 비문학 여기저기 손을 뻗쳐서 전문성에 좀 의구심이 드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까치, 일빛 - 좋은 책들을 무지 많이 낸 출판사들인데 디자인이나 조판에 좀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5류~ 피해야 할 출판사
- 동서문화사 - 70년대 번역판을 재편집도 없이 중판하는 배짱을 가진 또라이 출판사입니다. 그 이름 하나로 아웃~
- 생각의나무 - 일송북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종잡을 수 없는 출판사...디자인에 모든 것을 거는 이상한 출판사...책을 책장에 장식용으로 쓰려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 문예출판사 - 5류는 아니고 3류입니다. 꽤 괜찮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그 판권들 다 제대로 된 출판사에 넘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그외 괜찮은 출판사 무순으로 열거해 보겠습니다.
갈라파고스, 휴머니스트, 웅진, 김영사, 이후, 비봉, 에코리브르, 에코의서재, 부키, 지만지, 효형, 그린비, 사이언스북스, 승산, 궁리, 학고재, 후마니타스
별로인 출판사입니다.
서해문집, 청아, 예경, 신원, 이다, 홍신문화사, 청하, 창해, 시공사, 소담, 현대문학, 청목, 육문사, 혜원, 하서, 글로북스, 동해
근데 한가지 덧붙일 게,,,별로인 출판사들이라고 열거한 곳들은 보급형 도서를 양산하는 곳으로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른 바 대학원생급 역자들을 고용해주는 곳들이죠...다만 제대로 된 책을 제값 주고 구하고자 할 때는 피하는 게 좋다는 거죠...이런 출판사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는 일송북 같은 또라이짓은 하지 않습니다...
단 시공사의 경우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기획으로 사회에 보탬되는 책을 만들지 못 한다는 점 이외에 책 자체는 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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